직접 해보자! 2.4 규칙

규칙이 없는 게임에 대해서 말하기

과연 규칙이 없는 게임이 존재하는가? “무규칙 종합격투기(Mixed Martial Arts)”은 어떤가? 우선 “무규칙 종합격투기”는 전형적인 게임으로 볼 수 있다. 명백히 두 참가자가 차등적인 결과인 승리와 패배를 두고 서로 다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규칙 종합격투기”는 실제로 무규칙한가? 그렇지 않다. 여기서 “무규칙”이란 각 플레이어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단일한 격투기나 무술에 제한되어 있지 않다는 뜻일 뿐, 실제 살아 움직이는 플레이어를 위한 각종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으며 이는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일종의 규칙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무규칙 종합격투기”는 무규칙하지 않다.

그렇다면 여기서 좀 더 극단적인 가정을 통한 사고 실험을 해보자. 인류사의 한 순간에 영화 「매드 맥스 (Mad Max)」와 같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그린 픽션(post apocalyptic fiction)이 도래했다고 가정하자. 여기서 어떤 제한도 규칙도 없는 “종합격투기”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할까? 일단 그 게임에서 상대를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무규칙한 해당 게임의 형태를 떠올리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그 게임은 여전히 종합격투기일 것이고 참가자의 수와 관계 없이 “종합격투기”라는 게임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규칙들을 구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규칙이 없는 게임에 논하는 것은 위에서 든 예처럼 문제가 되는가? “규칙이 없는 게임”이라는 표현은 유치환 시인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는 표현처럼 형용모순(Oxymoron)이기 때문이다. 게임은 반드시 그것이 게임이기 위한 “규칙”을 가지기 마련이고, 그 규칙이 없는 순간 게임일 수 없다. 형용과 그에 의해 수식 받는 개념이 상호모순되는 관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들면 당연히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규칙 종합격투기”의 예처럼 “무규칙”이라는 수사를 “(플레이어나 관객에게) 어떤 기존의 제약을 일부를 벗어난 자유를 제공한다”로 이해할 수는 있다. 경쟁적으로 선택의 자유를 홍보하는 최근의 오픈월드 게임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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