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Criticism

[TIR] 학습 안티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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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무 살이 된 이후 10년 간 내가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학습)에 있어 장애가 된 안티 패턴 여섯 가지를 정리해보았다.

'나는 안돼'라고 생각한다

진부한 이야기다. 하지만 나는 "부정적인 태도" 일반을 부정할 생각이 없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의 "할 수 있습니다"라는 용기를 옹호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어떤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서로 완전히 다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현실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반드시 "예(Yes)"여야 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간단해 보이는 문제도 충분히 복잡하다. 문제를 긍정하지 않으면 포기하게 된다. 나 자신에게 중요한 문제라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달려들어 답을 얻어내야만 한다.

연습에 포인트가 없다

의도적인 연습(Deliberate Learning)에서 중요한 점은 연습하는 포인트(point), 즉 선택과 집중을 하는 부분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하나의 연습 단위(unit)에서 '내가 이번에는 A라는 약점/문제점이 있으니 이번에는 이것만을 개선하는 연습을 하겠다' 따위의 한 문장으로 표현될 수 있는 연습 의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나는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 따위의 노력이 보상받으리란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배움보다는 잿밥이 먼저다

업무든 취미든 기술의 연마에는 늘 잿밥이 따른다. 자본은 가장 작은 기술을 가진 사람조차도 무시하지 않는다. 그런 기술조차도 이득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잿밥이 우선이 되면 당장 배울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도외시하게 된다. 잿밥은 즉시적이다(instant). 그 잿밥이 당장 주어지지 않더라도 잿밥을 떠올리는 행위만으로 학습에는 부담이 된다. 왜냐하면 학습 주체가 그 잿밥을 "당장" 원하게 되기 때문이다. 잿밥뿐만 아니라 학습의 결과에 대한 기대도 경계해야 한다. "그림을 잘 그리는", "프로그래밍 잘 하는" 상태는 언젠가 오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 시점은 언젠가 반드시 올 것이다. 요컨대, 그것의 연마에 충실하는 순간그것을 잘하는 것 자체(단, 이 과정에는 절대 시간이 소요된다)가 보상이다.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최대의 이득을 취하는 길이다. 주어진 조건과 무관하게 빠른 속도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학습보다는 학습 자료 수집에 열중한다

흔히 호더(hoarder)라고 부르는 종류의 사람들은 뭔가를 잘하기 위해서 그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잘하는 법이나 잘하게 만들어 준다고 광고하는 상품들을 잔뜩 그러모은다. 이 행위의 보상은 마치 자신이 그 학습 자료가 없으면 실력이 없을 것이라고 광고하는 상품에 의해 촉발된 불안이 일시적으로 사라지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는 착시 효과로서, 구매한 학습 자료는 쌓여만 갈 뿐 실제 자신이 뭔가를 잘하게 되는 날은 오지 않는다. 학습 주체가 실제로는 연습을 하지 않거나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투여한 시간(매몰 비용)에 따른 보상을 바란다

3년을 하든, 4년을 하든, 10년을 하든 내가 어딘가에 투자한 시간의 의미하는 것은 그 시간이 이제는 지나갔고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 뿐이다. 누군가 어딘가에 몇 년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거나 관련 활동을 했다는 사실은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어떤 구체적인 행위를 잘하려면 그 행위를 잘하는 것을 목표로 의도적인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연습의 효용성은 결코 학습 주체 본인이 판단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항상 본인의 실력은 객관적인 결과로서, 그나마 극히 부분적으로만 증명될 수 있을 뿐이다.

타인의 인정을 바란다

인정(recognition)은 제멋대로이자 주관적인 잣대로서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는 내가 또 다른 사람에게는 낮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인정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에 남은 마지막 한 사람에게까지 인정을 받지 못했다는 불안에 떨며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목표로 삼을만한 것은 '내가 어떤 것을 과거보다 더 잘하게 되었다, 또는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라는 명제를 뒷받침할만한 객관적인 근거들의 수집이다. 그러한 타당한 근거(valid evidences)들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가치를 긍정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목적이 되어야만 한다.